그래, 우리는 결국 이 커다랗고, 끝을 알 수 없는 도화지에
작디작은 한 점 한 점을 이어서
선으로 만드려 부단히도 애쓰는 존재일 뿐이다.
교실은 그대로입니다. 학생들이 불안한 마음에 교실을 뛰쳐나가서 책상과 의자들이 조금 흐트러진 것 말고는 말이죠.
가장 먼저 '안전한 곳인지 살피러 가겠다'며 밖으로 뛰쳐나간 히이로를 시작으로 인원들은 각자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교실을 벗어났습니다.
'이벤트가 뭔지 궁금하다'나 '찾아볼 게 있다'라든지 '왠지 궁금해졌다'라든지 '심심하다'든지...
물론 교실에 남은 인원들도 있기는 했습니다.
호시노 네가이:.....@*1&@*$#1.......@$ㅁ0%^^_37......
올리비아 다이슨:...
텅 빈 교실에는 호시노의 중얼거림과 올리비아의 쓰레받기의 소리만이 울려 퍼집니다.
아다무 사이쇼: 저기.. 올리비아라고 했나? 너는 안 나가봐?
올리비아 다이슨: 나갈 거야. 여기 다 치우면 밖도 치워야 하니까.
아다무 사이쇼: 아 그렇구나.
당신은 집념의 초고교급 청소부를 뒤로한 채, 잠에 든 것처럼 보이는 초고교급 점성술사 호시노를 바라봅니다.
원래는 완전히 엎어져서 자고 있어서 얼굴이 아예 안 보이던 호시노의 얼굴이 살짝 고개를 돌린 덕에 보이게되었습니다.
잠꼬대를 하듯이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눈도 살짝 뜬 데다가 엎드린 자세도 기괴해서 뭔가 섬뜩하다만...
당신은 분명 눈을 반쯤 뜨고, 입은 살짝 벌린 채로 무언가 중얼중얼거리는, 상당히 섬뜩한 편일 테인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지만, 어째서인지 그 얼굴에서 왠지 모를 익숙함을 느낍니다.
인터넷에 뜬 입학자 명단에서 본 건가? 그러고 보니 분명 입학 전에 대부분 입학생들 정보가 공개될 텐데, 이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다. 대체 어디까지 기억이 뒤섞인 거지?
기억을 꺼내려하면 할수록,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당신은 우선 기억에 대한 것은 제쳐두고 우선 제대로 주위를 파악하고 정보를 모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일단 그전에 이 교실부터 제대로 파악해야겠지.
교실은 이상한 일이 판치는 이곳치고는 그다지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장소에 꽉 막힌 창문을 제외하면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은 장소입니다. 굳이 꼽자면 이런 장소에 교실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상한 점인 장소입니다.
아다무 사이쇼: 이건...?
당신은 교실을 둘러보다, 책상다리 아래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보고 다가가 그것을 줍습니다. 가까이에서 보자, 그것은 문양이 새겨진 은색 동전이었습니다.
뭐지...? 아까 일행들 중에 누군가 내버려 두고 간 건가?
당신은 올리비아에게 동전의 신원을 물어보지만, 모르는 일이라는 듯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호시노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당신은 우선 가지고 있기로 하고 이를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섭니다.
올리비아 다이슨: 버리고 싶으면 내가 받아줄게.
아다무 사이쇼: 아.. 이건 누가 냅두고 간 것일 수도 있으니까 일단 내가 맡아둘게. 혹시나 몰라서 말하는데, 저 호시노라는 애가 일어나면 잘 데려와 줘.
올리비아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더니 곧 다시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동의... 한 거지?
올리비아를 뒤로 하고 나온 복도는 여전히 조금 어둡고 기분 나빴지만, 아까보다는 좀 더 조명이 켜진 덕에 좀 더 그 외견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바닥은 그대로지만 없던 벽, 그리고 저쪽에 빛나는 출구...? 가 있고. 여기 교실은 그대로이고. 기분 나쁜 녹빛 조명이지만 그래도 앞이 보이니까 다행이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반대편 교실도 조사해 보았지만, 달리 특별한 것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냥 교실에 있는 물품인가 했는데.. 그건 아닌가 보네... 이건 대체 뭘까...?
당신은 우선해야 할 목표가 있기에, 동전에 대한 궁금증은 일단 가슴속에 묻은 채로, 다른 곳을 조사하기 위해 떠납니다.
교실을 제외하고 남은 곳은... 세 개 정도인가.
이어서 빠르게 복도를 둘러보는 당신, 마주 보고 있는 교실의 문을 제하고 남은 세 개의 문이 보입니다. 커다랗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목제의 문, 그리고 병원처럼 십자가 마크가 위에 있는 문과 투박한 느낌의 철제문이 있었고, 당신은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목제의 문으로 들어가 봅니다.
조금 무거운 감이 있는 문을 힘껏 열자, 밖과는 어울리지 않게 매우 점잖으면서 동시에 고풍스러운 장소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교회나 성당...?같은 곳이다. 정면의 재단 위에는 커다란 십자가를 보니 일단 그쪽 계열은 확실하다. 양쪽 벽에는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고, 기둥이나 벽면 곳곳에 각종 장식이 수놓아진 화려한 종교적인 건축물이다. 그렇지만... 기묘하다. 이런 곳에 이런 장소가? 왜?
카토키 카네타케: 이곳의 풍경이 어색한가?
당신도 카토키가 있던 건 인지하고는 있었기에 다소 갑자기 말을 걸어온 그에게도 자연스럽게 대답합니다.
아다무 사이쇼: 글쎄, 내가 이런 건물 양식을 잘 아는 건 아닌데.. 그냥 뭔가 어색한 기분이네. 이런 장소에 갑자기 종교적 장소라니. 조금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 그럴까.
내가 아는 한, 키보가미네는 미션스쿨 같은 건 아니니까.
카토키 카네타케: 동감이다. 건물의 배치도 배치지만, 이 장소는... 무언가 있다. 마치 가변기의 가변 전 모습처럼, 무언가 더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다무 사이쇼:....?
카토키 카네타케: 무언가의 연결부나 뜬금없이 있는 어색한 나사구멍, 기능이 있을 법한 접합부 등을 본 것 같다는 말이다.
아다무 사이쇼: 아, 그렇구나. 나도 뭔가 이 장소가 단순한 종교적 장소 같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만... 정확히는 모르겠어.
아무래도 둘 다 말이 많은 편이 아니기에, 어색한 정적이 흐르던 사이, 소리가 울리도록 설계된 성전답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며 웃음소리도 들려옵니다.
하나나와 미유: 우와! 알록달록! 꽃이야~!
아다무 사이쇼: 하나나와?
카토키 카네타케: 하나나와는 나보다 일찍 이곳에 와있었다. 여러모로 관찰을 하고 있더군.
벌써 모든 장소를.. 이곳이 생각보다 좁은 편인가?
하나나와 미유: 아다무도 왔구나!
형형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하나나와는 그를 가리키며 당신에게 말합니다.
하나나와 미유: 아다무, 있잖아. 저건 무슨 꽃이야?
아다무 사이쇼: 저건 꽃이 아니라 빛이 색유리를 통과해서 생기는 거..
하나나와 미유: 와, 저건?!
그 사이에 잠시 다른 곳으로 시선이 끌린 듯한 하나나와는 천장 쪽에 매달린 커다란 종을 보며 폴짝폴짝 뛰어다닙니다.
아다무 사이쇼: 저건... 종인가. 커다랗네.
하나나와 미유: 저 꽃은 왜 거꾸로 매달려있어?
아다무 사이쇼: 저건 꽃이 아니라 종이라고 소리를..
하나나와 미유: 아! 할미꽃이구나!
당신과 하나나와는 대화가 순탄치만은 않지만, 그저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그거면 됐다며, 당신은 다른 곳을 조사해 보러 갑니다.
당신은 문을 열고 나와 먼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십자가 모양이 있는 표식이 있는 문으로 갑니다.
음...? 자세히 보니 이 십자가 단순한 십자가가 아니라...
카두세우스, 그리스의 신인 헤르메스가 들고 다녔다는 지팡이, 신들의 전령을 전하기 위해서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헤르메스에게, 땅과 지상을 오가는 뱀을 상징으로 하여 만들어냈다는 지팡이.
그렇지만 그건 생과 사의 문제지, 의술이라면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의 상징일 텐데....?
세간에서도 자주 혼동하는 것이기도 하고, 어차피 이곳에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기에, 이런 사소한 점은 대충 넘기고 일단 조사나 하기로 한 당신이 문을 열자 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몬다이 이사오: 아. 아다무 군, 조사는 잘 되어가시나요?
그 사람은 몬다이 이사오, 초고교급 정치가라는 인물로 이곳에 오자마자 모두 혼란스러운 와중, 또 한 명의 초고교급과 더불어서 이곳 인원들을 모두 지휘하고 이끌고 있는 존재입니다.
아다무 사이쇼: 아직은 교실하고 앞에 있는 예배당 같은 곳만 조사를 마치고 오는 참이야. 그쪽은 좀 어때?
당신이 들어왔을 때, 몬다이는 약물들이 가득한 선반을 보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다른 인원들이 나간 지는 꽤 되었기에, 몬다이만 이곳에 있는 것이 왠지 의문이 들었기에 질문을 합니다.
몬다이 이사오: 저는 저 앞의 공간의 석상 앞까지만 조사하고 이쪽으로 다시 넘어왔습니다.
아다무 사이쇼: 석상이라면...?
몬다이 이사오: 저 밖의 빛이 나오는 근원지 쪽에는, 커다란 석상이 하나 세워져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시설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방금 말씀드린 대로 저는 대략적으로만 조사하고 바로 이쪽으로 온 지라...
아다무 사이쇼: 그렇구나...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 그쪽이 출구는 아니었구나.
몬다이 이사오: 이곳은 의무실이나 양호실로 보이는 것인데 가벼운 의료행위나 진단, 휴식 등이 가능하도록 마련된 장소같습니다. 제가 이런 걸 전부 아는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이쪽 분야로 전문가이신 헤비카야 양께서 도움을 주셔서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아다무 사이쇼: 헤비카야가 여길 들렀어?
몬다이 이사오: 네, 제가 왔을 때는 이미 조사를 마치시고 다른 곳에 용무가 있으신지 나가시던 참이었습니다. 여쭤보니, '눈에 보이는 대로 양호실이다'라고 하시고는 떠나셨죠.
당신은 왠지 그녀의 그런 모습이 선히 눈에 보인다고 느끼며, 다시 한번 대략적으로 양호실을 둘러보다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챕니다.
아다무 사이쇼: 몬다이, 무언가 안색이 안 좋은 것 같은데. 괜찮아?
몬다이 이사오: 눈썰미가 대단하시군요. 사실은 교실에서 일어난 직후부터 경미한 두통 증상이 있어 무언가 도움이 되는 약이 있을까 하고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아다무 사이쇼: 잘 드는 약 찾길 바랄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몬다이 이사오: 아뇨, 제가 먹을 약 정도야 제가 직접 찾도록 하죠, 마음만은 정말 감사합니다. 아다무 군께서도 만족스러운 조사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당신은 몬다이의 안부를 빌어주며, 의무실을 나와 다음 장소로 향합니다.
이곳에 마지막으로 남은 장소, 가림막이 있는 창문이 달린 철제문, 후줄근하지만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문을 열자 지하실 특유의 퀘퀘하면서 쿰쿰한 냄새가 나는 곳입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냄새다. 근데 묘하게 이 냄새는 머리를 차분하게 만들어준단 말이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곳에는 이미 도착해 있는 인원들이 있었습니다.
김 하야토: 오, 아마두 씨.
아다무 사이쇼: 안녕 김... 그리고 아다무야.
김 하야토: 아, 죄송합니다. 무의식적으로 혀가 꼬여서... 그리고 하야토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정말로요! 제 나라에선 성으로만 부르는 건 드문 일이라서요.
아다무 사이쇼: 그게 편하면, 그렇게 할게.
당신이 말없이 장소를 둘러보자 하야토가 말을 걸어옵니다.
김 하야토: 이곳은 아마 '창고'같은 곳 같습니다. 이것저것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곳인데... 그 재고를 확인 중이었습니다.
마토이 류우키: 아다무 사이쇼! 재고를 가져가거나 사용할 시, 이곳의 재고표에 확실히 사용하는 목적과 가져간 일시를 적는 것으로 정했다! 정확하게 명심하도록!
이크, 마토이가 있었구나.
아다무 사이쇼: 알겠어. 아 맞다 혹시 너희...
당신은 이것저것 있는 이 장소라면, 이 동전도 있지 않을까 하고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꺼내 보입니다.
아다무 사이쇼: 혹시 이곳에서 이 동전 본 적 있어? 내가 주웠는데 뭔지 잘 모르겠어서.
김 하야토: 이건... 이곳 재고는 거의 거의 다 확인했지만 이런건 본 적이 없어요. 마토이 씨?
마토이 류우키: 이건... 본 적 없다!
아다무 사이쇼: 그렇구나. 나도 뭔지 모르겠어서. 누가 흘린 걸 수도 있다 싶으니까 일단 뭔지 찾는 중이었어.
당신은 아쉽다고 생각하며 주머니에 다시 동전을 넣습니다.
김 하야토: 잠시만요, 여기 아직 안 본 곳이 있거든요.
하야토는 무언가 책상이나 탁상처럼 보이는 것의 뒤로 가 이것저것 뒤져봅니다.
김 하야토: 여기도 그냥 잡동사니뿐이네요.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하게 됐어요.
아다무 사이쇼: 아, 아냐. 전혀 미안해할 필요 없어.
이곳의 조사는 이미 이 둘이 거의 완벽하게 진행하는 중인 듯하니, 당신은 더 이상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밖으로 나가 다른 곳을 마저 조사하기로 합니다.
아다무 사이쇼: 그럼 난 다른 곳에도 가볼게.
마토이 류우키: 용도도, 주인도 불명인 물건이다. 잘 간수하도록 아다무 사이쇼.
아다무 사이쇼: 알겠어.
이제 환하게 빛나는 복도의 끝으로 가볼 차례입니다. 당신은 기대와 동시에 긴장감을 품고 발을 내딛습니다.
아다무 사이쇼: 오...
환한 조명, 고풍스러운 대리석 바닥. 목제와 석제가 섞인 특유의 건축 방식 마치 고급진 박물관을 보는 듯한 풍경입니다.
솔직히 상상했던 풍경이랑은 완전히 다른데...?
잘 쳐줘도 기묘한 놀이공원 탈출미로 같던 복도와는 달리, 이곳은 상당히 화려하고 고급진 분위기의 장소입니다.
시로 쿄: 여 아다무! 너도 구경 중이냐?
시미즈 미츠하: 여기 분위기 너무 좋지 않아? 예전에 갔던 유럽이나 미국의 고급 호텔이나 박물관이 생각나!
아다무 사이쇼: 확실히 아까 있던 곳보다는 훨씬 낫네.
시로 쿄: 흠 그렇긴 한데 엄청 이상한 건 아직도 여전하단 말이지... 여기 이 조각상도 그래. 디자인 센스가 정말 기묘하단 말이야.
당신이 시로가 가리키는 조각상을 보자, 그곳에 있던 것은 주로 법원 같은 곳에 석상으로 있는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의 상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조금 있었습니다.
분명 유스티티아 같기는 한데... 안대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눈이 달려있다. 천칭은 한쪽에 똬리를 튼 뱀이 있어 균형이 맞지 않고... 손에는 검이 아니라, 무지막지해보이는 총을 들고 있다.
시로 쿄: 학교의 어떤 사람이 기획한 건지는 몰라도 디자인 센스가 조금 기상천외하네, 무슨 사이비 종교 집단의 거처같..
시미즈 미츠하: 겨, 겨우 잊고 있었는데 그런 이상한 말 하지 마!
왠지 아까 보았던 예배당을 보니 시로의 느낌이 영 틀린 것 같지는 않았지만, 굳이 말해서 좋을 건 아닌 것 같아 조용히 하기로 합니다.
아다무 사이쇼: 난 다른 곳도 살펴보러 갈게.
시로 쿄: 그래 잘 둘러봐. 난 얘가 그 사이에 길 안 잃어버리나 잘 보고 있을게.
시미즈 미츠하: 누가 누굴 본다는 거야?
당신은 시끌벅적한 둘을 뒤로한 채, 다른 장소로 향합니다. 따로 문이 있지 않은 무언가 전시되어 있는 듯한 장소, 커다란 문에 식기가 그려진 식당으로 보이는 곳과, 마지막으로 문이 아주 많은 통로가 두 개 보였습니다.
우선 저 식당으로 보이는 장소로 가볼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매우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식당으로 보이는 곳이 보입니다. 붉은 카펫과 목제 식탁과 의자들, 차분한 느낌의 조명까지. 매우 고급스러운 느낌의 장소입니다.
사카마타 샤츠키:.....
사카마타가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식당의 한쪽 벽에 기대어서 가만히 바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다무 사이쇼: 저기, 사카마타.
사카마타 샤츠키: 아 미, 미안 거기 있었구나. 잠깐 다른 생각 중이었어.
아다무 사이쇼: 아냐, 여긴 어떤 곳인가 해서.
사카마타 샤츠키: 아, 어... 여긴 식당 같은데... 뒤에 부엌도 있는 거 같아.
사카마타는 살짝 긴장한 듯이 머리를 자꾸 옆으로 넘기며 당신에게 대답합니다.
무언가 불편한 거라도 있나..?
아다무 사이쇼: 어디 안 좋은 곳이라도 있어?
사카마타 샤츠키: 아, 아냐 그냥 조금 긴장돼서 그런가 봐.
아다무 사이쇼: 그렇구나. 긴장되면 잠깐 앉아서 있어봐.
사카마타 샤츠키: 그렇게 해볼게, 고마워.
당신은 주변은 살짝 더 둘러봅니다. 또 이 이상한 동전이 있지는 않을까 하고 둘러보지만 이번에도 허탕만 치고 맙니다.
역시 그냥 누군가 떨어트린 물건인 건가...
당신은 일단 대략적인 탐색을 끝냈으니 식당의 뒤쪽에 문을 열고 부엌으로 가봅니다.
평범한 부엌... 아니라 조리실 수준인데. 어지간한 식당 느낌으로 넓은데.
무언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니, 메사이야가 무엇인가 열심히 만들고 있었습니다.
메사이야? 여기서 무슨 일이지?
무언가를 믹서기로 갈아서 볼 안의 고기 위에 붓고 있는 메사이야, 당신이 그런 메사이야를 살짝 바라보자, 메사이야는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메사이야 에이스: 요리를 하는 중이다.
아다무 사이쇼: 아... 그래.
메사이야 에이스: 오늘은 성탄절이니까.
당신은 오늘이 성탄절일리가 없다고 말하려다가, 아까 전에 메사이야 상태를 떠올리고 그냥 넘기기로 합니다.
식당은 매우 깨끗하고, 식기와 조리기구를 여러모로 잘 갖추고 있었습니다. 식재료 또한 다양하게 상당한 양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냉장고 중 하나에 앞에서 츠이세키가 서서 음식들을 확인하고 있는 듯합니다.
츠이세키 오토시:.....
조용히 자기 일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고, 그다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았기에, 당신은 일단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고 다른 곳을 조사하러 가보기로 합니다.
히이로 유스케: 아다무! 조사는 순조로운가?
아다무 사이쇼: 그럭저럭, 일단 오면서 있는 곳은 거의 다 봤어.
히이로 유스케: 이곳은... 숙소로 보인다. 명패에 우리들의 이름이 써져 있거든.
숙소... 그럼 여긴 일종의 숙박시설이나 그런 것인가?
아다무 사이쇼: 저 문은 명패가 없는데 저건...?
당신은 복도 가장 끝에 있는 문을 가리킵니다.
히이로 유스케: 아 저긴 공용 세탁기 및 건조기가 있는 세탁실이다! 작은 개인용 캐비닛이나 만화같은 자그마한 잡동사니 정도가 있더군!
아다무 사이쇼: 아, 그럼 잠시 구경 좀 해봐도 될까?
히이로 유스케: 물론, 이미 내가 다 살펴보긴 했지만 아다무 너 같은 통찰력의 친구가 조사한다면 무언가 또 발견될지도 모르지!
열심히 이곳저곳 찾아보지만, 역시 이번에도 별다른 것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문득 숙소라면 무언가 있을까 싶어 찾아보지만 이쪽 복도에는 당신의 이름이 적힌 명패가 보이지 않습니다.
히이로 유스케: 너의 숙소를 찾는 것이라면 반대편에 봤던 기억이 있다! 다만, 문을 여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직 알아내지 못해서 내부 조사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아다무 사이쇼: 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
히이로 유스케: 천만에! 난 계속해서 다른 곳을 탐색해 보도록 하지!
당신은 우선 히이로에게 인사를 하고 반대편 복도로 와봅니다.
당신의 이름이 적힌 명패 옆의 문에 다가가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지만, 역시나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킨카 유우타:.....
아다무 사이쇼:.....
당신은 옆에서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는 킨카의 시선을 느끼고 말을 걸어보기로 합니다.
아다무 사이쇼: 저기 킨카, 혹시 이 문 여는 방법...
킨카 유우타: 좋은 질문이군. 만약 내가 방법을 알았다면 적절한 합의 끝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한 뒤 자세하고 확실하게 알려줬을 테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도 모른다.
그러니까 너도 모르는구나.
이쪽 복도의 끝에도 동일하게 세탁실이 있었고, 역시나 별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숙소는 달리 열 방법도 없어보이니, 이제 당신은 마지막으로 전시관으로 보이는 곳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아다무 사이쇼: 여긴....
바깥의 구조와 비교해서 상당히 넓은 이곳은 다양한 생물들의 화석과 여러가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영락없는 박물관의 모습이었습니다.
넓기는 하지만 그래도 단 1층에 천장도 그다지 높지는 않은 곳으로, 입구 왼쪽에는 자그마한 기념품점과 입구 반대쪽에 큰 문이 있는 구조였습니다.
지금까지 당신이 조사를 한 곳은 교실, 의무실과 창고, 숙소와 식당. 예배당과 박물관. 언뜻 말하면 그다지 연관성이 두드러지는 조합은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 난 엄청나게 초호화 숙박시설이나 여객선에 있는 거 아닐까...? 물론 그게 맞아도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적어도 이건 그렇다고 하면 어느 정도 얼추 맞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기념품점, 그리고 박물관에 놓인 각종 화석과 유물을 구경합니다. 대부분 정확히 이름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설명까지 자세히 적혀있기 때문에 우선 대략적으로 읽어봅니다.
에디아카라 동물군, 삼엽충, 아노말로카리스, 바다전갈, 프네우모데스무스, 둔클레오스테우스, 메가네우라, 알로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암피키온, 매머드, 데스모스틸루스, 인간.
당신은 마지막 전시품인 인간의 앞에서 우뚝 선 채로 전시물을 바라보고 있는 헤비카야를 발견합니다.
헤비카야 릴리: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인간.
아다무 사이쇼: 뒤의 문은 열ㅇ...
헤비카야 릴리: 잠겼어. 꿈쩍도 안 해.
아다무 사이쇼: 그럼 혹시 기념품점..
헤비카야가 당신의 질문을 자르며 질문합니다.
헤비카야 릴리: 여기 테마가 뭔지 알아?
아다무 사이쇼: 글쎄 진화사?
헤비카야 릴리: 각 시대에 번성했던 생물들이야.
헤비카야는 그렇게 말하며 '인간'이라고 적힌 화석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헤비카야 릴리: 저기 맨 끝에 있는 에디아카라 동물군이 나타난 게 6억년 전이야. 지금의 인간이 첫 출현한 게 약 35만년 전이고.
아다무 사이쇼: 지금 나한테 해주는 말에 혹시 무슨 의미가 있어?
헤비카야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빙글 돌며 상큼하게 대답합니다.
헤비카야 릴리: 아니? 수수께끼같은 유치한 짓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야.
아다무 사이쇼: 유감이지만, 다른 곳에도 그다지 눈에 띄는 건 없었어. 밖이랑 연결된 곳도.
헤비카야 릴리: 딱히 물어본 적도 없고, 이미 알고 있지만서도, 일단 알려줘서 고맙네. 우리가 아아주 개같은 상황에 있는 사실이 한번 더 상기됐어.
당신은 무심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가 손에 짚이는 것을 느끼고 물어봅니다.
아다무 사이쇼: 혹시 이 동전, 헤비카야 거야?
헤비카야 릴리: 몰라? 그런 거 안 키워.
결국 이곳에의 모든 장소에 대한 조사에 그다지 진척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력감에 휩싸입니다.
결국, 복도에서 더듬거리면서 걸어가던 때랑 제자리걸음 수준이잖아...
헤비카야 릴리: 이렇게 답도 없이 미스테리한 곳에 박혀있으니까 머리도 점점 꼬여가나 봐?
헤비카야가 의사 가운이나 연구원이 입을 법한 옷을 살짝 벗으며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아까 양호실에서 가져온 건가.
헤비카야 릴리: 아까 줏은 건데. 이제는 너가 생각하는 '과학자'스럽지 않아? 지금까지는 무슨 요가하다가 뛰쳐나온 것 같은 년이 과학자라고 해서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어?
아다무 사이쇼: 아, 아니야. 그런 적 없어.
편견을 가지긴 했지만 그렇게 심한 정도로 생각한 적은 없으니까...
헤비카야 릴리: 그러시다면야.
헤비카야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대답을 한 뒤, 잠시 침묵하다가 전시되어있는 화석들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헤비카야 릴리: 있잖아, 여기 있는 모든 해골 뼈다귀 나부랭이들께서는 각각 어떤 장점을 지녔을까?
아다무 사이쇼: 글쎄, 사실 내가 자세히 아는 생물이 더 적어서.
헤비카야 릴리: 정답은 '좆도 없다'야. 여기 있는 대부분의 생물이 이미 멸종하셨으니까. 이런 거 만지는 양반들한테나 의미가 있으시겠지.
멸종했으니 아무 의미 없다라... 얘랑은 어울리는 느낌의 감상이지만, 역시 매몰차네.
헤비카야 릴리: 여기서 다시 문제.
헤비카야가 분위기를 확 바꾸더니 당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봅니다.
갑자기?
헤비카야 릴리: 그럼 생물에게 있어 가장 유용하고, 필요한 능력은 뭘까?
헤비카야가 다가옵니다. 당신은 뒷걸음치다가 이내 열리지 않는다는 문 쪽으로 몰려, 엉거주춤 멈춰섭니다.
아다무 사이쇼: 글쎄... 높은 지능? 적응성?
헤비카야 릴리: 땡, 정답은 '운'이야. 아무리 날고 기고 헤엄을 쳐도, 온 세상이 억까하면 한낱 생물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 그러니까 그 어떤 기관이나 능력보다도 유용한 건 '운'이라는 거지.
헤비카야 릴리: 내가 제일 관심가는 부분은 그거야. 넌 ‘초고교급 행운’이잖아. 거기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솔직히 '과학자로서의 연구욕이나 탐구욕'같은 거 그닥 없는 편인데, 이건 엄청나게 구미가 당겨. 넌 뭐가 그리 특별해서 인류 최고 '행운'이라는 타이틀을 단 걸까?
아다무 사이쇼: 그.. 말했지만, 난 그냥 뽑기에 뽑힌 거고. 나 이외에도 다른 '초고교급 행운'은 많은 걸로 아는데. 그 왜 엄청 유명한 키보가미ㄴ..
당신이 갑작스런 헤비카야의 이상행동에 혼란스러워하는 와중, 무언가 큰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댕ㅡ댕ㅡ댕ㅡ
다른 곳에서부터 울려 박물관의 높은 천장까지 퍼지는 종소리, 그것도 매우 무겁고 중후한 느낌의 종입니다.
종소리... 종소리면 예배당? 예배당의 커다란 종인가?
아다무 사이쇼: 저기, 이 종소리 들리지. 아마 예배당에서 들리는 소리같은데. 가봐야하지 않을ㄲ...
헤비카야 릴리: 종이 살렸네. 이번엔 이 정도 캐묻는 걸로 봐줄게.
당신은 재밌다는 듯이 눈웃음짓는 헤비카야를 보며 왠지 잘못 엮인 것 같다는 생각을 깊게 가집니다.
헤비카야 릴리: 빨리 안 오면 버리고 간다. '행운'?
아다무 사이쇼: 먼저 가도 상관은 없는데.
헤비카야 릴리: 한마디를 안 지네. 은근히 쌘캐라니까.
답답한 자식.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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