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아다무 사이쇼의 회상

풀루스 2022. 11. 12. 20:07

최초

세상 그 무엇이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작이라고 한다. 근본, 족보, 과거사 등등....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나 또한 그다지 특이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고, 그렇기에 시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시작은 늘 갑작스러운 법이다. 세상만사는 예고장을 날리고 몸가짐을 하고, 향수를 뿌리고 약속시간에 맞춰 집에 와서 친절하게 노크를 하고 반갑게 등장하지 않는다.

내 일도 그러하였다.

'평범하디 평범한 남고생'이라는 단어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의 내용물 속에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덩어리가 있는데, 평범하다고 말하는 게 그다지 좋은 말인 것 같지는 않다.
난 그냥 팔다리가 멀쩡히 있고 딱히 가난하거나 가정사가 불운하다거나 실은 마법을 할 줄 안다거나 외계인 여자친구가 있다거나 사신대행일을 한다거나 스탠드가 있다거나 하지 않은 그냥 남고생이다.
장점이 있다면 평소 내가 생각하기에 스스로가 조금 운이 좋은 편이라는 것 정도?


그러나 어느 날 나에게 온 하나의 통화 한 통, 편지 한 편은 그런 나의 생각을 뒤집어엎기에 충분했다.

"아다무 사이쇼 군 맞으신가요?"

로 시작한 뜬금없는 통화는, 어느 나른한 일요일에 왔다.
내가 키보가미네의 '초고교급 행운'으로 신입생으로 발탁되었으며 자세한 것은 우편물과 사이트를 통해서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장난은 아닌지, 지금 상황이 꿈은 아닌지 분별하기 버거운 상태에서 곧 공식 사이트에 뜬 나의 이름을 보고 상황을 오롯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인생은 말 그대로 '키보가미네'그리고'행운'이라는 두 가지 단어로 돌아가듯이 움직였다.
사람들은 나를 대단한 행운아로 여겼으며 나도 그랬다. 나의 sns는 모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으며 동네를 걸어 다니면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수군거리거나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며 요청해왔다.
내가 스스로 쟁취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나한테 온 것이었다. '행운' 그 자체였다.





그리고 지금

나의 세상은 그곳에서 멈춰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새로운 '최초'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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