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다이 이사오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름은 생각보다 중요한 것인가 보다.
단순히 이름의 획수가 길하지 않기 때문의 이름의 한자를 바꾸는가 하면, 이름 때문에 출세할 수 없어 이름 자체를 바꾸는 사람들이 있다.
내 이름의 경우는, 글쎄 그다지 좋았던 기억은 없다.
[타치바나 이사오] 이것이 내 이름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내 이름은 아니다. 부모님이 이혼이라도 하셨냐고? 아니, 더 복잡하다. 애초에 결혼한 적이 없으니까.
아버지라는 사람은(아버지라고 부르는 것도 거북하지만. 글 내내 '생물학적 부'라고 부르는 것도 못할 짓이라) [나카야마 테구치] 들어본 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총리였으니까.
이쯤 들었으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저 자와 만났을 무렵 어머니는 건강하고 젊었지만, 지갑사정이 여유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에 반해 저 사내는 아니었다. 어머니와 남자는 각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름의 합의를 본 모양이었다만, 나에 대해서는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에 대한 증거로, 난 10살 무렵까지 나의 아버지의 존재 자체를 알 수 없었다. 어머니의 지갑 속에 낡은 사진을 보기 전까진. 나도 자주 보던 사람이었다. 특히 Tv나 신문에서. 고개만 돌리면 아버지가 있었다니. 평생 아버지를 보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나에게는 세상이 달리 보이는 듯했다.
학교에서, 나를 아버지가 없는 놈이라 부르던 녀석들에게도, 기죽지 않을 수 있었다. 그들의 어떤 아버지도 나의 그분에게 비하면 전혀 기가 죽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하면 아버질 만나지?]
어머니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얼마 있다 어리고 들뜬 마음에 어머니에게 말했던 아버지의 이름은 어머니에게 너무나도 큰 두려움으로 작용한 것 같았다. 슬펐다. 그리고 어렸지만 조금씩 이해했다. 아버지는 늘 Tv에 다른 여성과 함께 있었다. 어머니보단 더 나이 들어 보였지만, 기품이 있고 아버지의 옆에서도 꿀리는 기색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아버지에게 걸맞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야.]
나는 아버지를 위해 노력했다. 아버지에게 걸맞아 지기 위해서. 아버지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연줄을 쌓고, 모두에게는 아니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을 수 있는 일도 저질렀다.
그리고 내가 쌓아올렸다고 봐도 무리가 아닌 정당은 눈에 띄게 성장, 내가 처음으로 정계에 입문했을 때, 마침내 아버지가 계시는 정당과, 함께 회의에 착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는 당당히 가슴을 펴고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나는 조용히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타치바나 이사오입니다. 마침내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라고. 그 손을 아버지는 조용히 맞잡아 주었다.
전율이었다. 그동안의 나의 노력, 나의 인생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 다음 날, 우리 정당이 온갖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을 보기 전 까지는.
무서울 정도의 압박과 스캔들, 사회, 정치, 금융적 위기가 정당에 들이닥쳤다.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모든 일의 원인이 누군지 알아챈 것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왜... 어째서입니까?! 제가 당신의 서자라서 그런 겁니까? 제 노력이 부족했습니까?"
난 배신감보단 두려움과 기대감에 차서 외쳤다. 분명 이 앞에는 아버지가, 이 존경해 마지 않는 남자가 마련해 놓은 무언가가 있으리라고. 그것이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도 당당히 완주해 내 보이겠다고. 난 당신의 아들이니 가능하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설치지 말았어야지. 넌 존재 자체가 문제니까."
내 세상이 무너졌다. 난 아들도 서자도 뭣도 아니었다. 이 남자에게는 그저 때를 놓쳐 제대로 처리할 수 없었던, 그런 존재였던 것이 나였다. 이미 없애버리기엔 너무나도 커져버려서 때 버리면 큰 흉이 남을 혹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산산히 부서지고 스러졌다. 내 인생, 내 가치, 내 존경, 내 존재 이유가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어머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래서 이 자가 주는 돈만 받아 나를 기른 것일까. 그래서 이 남자를 만나고싶지 않았던 것일까. 두려웠던 것일까. 나도 그대로, 이대로 엎드린 채 손을 벌리고 구걸하며 떨어지는 콩고물만 받아먹으며 살아야하는 것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아니다. 분명 나는 이렇게 사라질 수 없었다. 이대로 엎드려 살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어느날 죽을 거라면 차라리 당당히 고개를 들고 죽으리라.
[몬다이 이사오]
그날 이후 무너졌던 다시 정당을 세우고, 내 이름은 바뀌었다. 나를 사랑하고 키워주셨지만 결국 일어서실 수 없었던 어머니, 나를 엎드리고 살게 하려 했던 개자식(미안 지워줘)생물학적 아비, 둘 다 따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정한 이름이다. '다시 태어났다'같은 흔한 말은 안 쓰겠다. 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배알이 꼴려서 뇌졸중으로 가버리시기 전까진 내 꿈을 이루기 전까진 말이다. 그 꿈이 무엇인지는 언젠가 내가 총리의 자리까지 올라간다면,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자서전 초본을 써보라는데, 꼭 이 부분에서는 유독 글 모양새가 엉망이 되어버린다. 아예 대필을 할까? 그래도 이건 처음 공식적으로 폭로하는 사실인데, 조금 MSG도 칠 필요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제 더 커질 것이다. 더더욱 커다래져서 당신을 무너뜨릴 것이니까. 당신이 말했던것처럼, 난 당신의 문제(몬다이)니까. 기왕이면 엄청 커다란 문제가 되어주지. 하는 김에 그걸로 내 입지도 다지고. 알다시피, 정치적인 스캔들이 많은 전 총리에겐 적도 많으니까. 이제 내 목표는 당신 따위가 아니니까. 당신보다 더 우수한, 그리고 당신같은 더러운 구석이 많은 총리가 아니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허우대만 좋은 자가 아니라 진정 지도자에 어울리는, 아무리 뒤가 구려보여도 그 실적을 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총리가 되어주겠어. 그 초석을 위해서라도, 이번에 입학제안이 온 키보가미네는 중요하다. 여기보다 더 훌륭한 연줄을 지닌 곳은 많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책 이름은.... 뭐로 하지? 전 총리의 문제? 문제의 자서전? 흠... 여기 메모 남겨 놓고 가니까. 정리하고 오타 좀 봐줘, 자서전 이름은 오늘 유세 다녀오고 정할게.